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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어느 고3의 외침
  •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6-07-11

 


1. 고3 최군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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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고3이었던 최군에게 2012년은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고3”이라는 시기 자체가 특별한 시기이기도 했지만, 유독 2012년은 머리 한구석에서 피어오른 하나의 의문점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최군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그 의문점은, “왜 난 투표를 할 수 없는가?”였습니다.

 

2012년은 4월 총선, 12월 대선이 있었던 그야말로 선거의 해였습니다. TV에서는 연일 선거 관련 이슈가 터져 나왔고, 유로존 재정위기, 무상보육, 김정은 권력 승계, 한중일 영토분쟁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과 맞물려져 여러 후보들은 이런 공약 저런 공약을 내놓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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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고3이었던 최군(헌재 2013. 7. 25. 2012헌마174의 청구인을 모티브로 한 가상인물)은 수능, 면접, 논술 등 각종 입시 준비를 하면서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된 여러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서도 무심코 그 시시비비를 가리며 혼잣말을 내뱉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 최군은 자신의 머릿속에 “자신만의 주관”이라는 것이 채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만족스럽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자신의 주관을 투표를 통해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공직선거법은 선거권 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3으로서 만 18세 이하였던 최군은 투표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2. 어느 고3 수험생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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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3일, 헌법재판소에 한 고3 수험생의 외침이 도착했습니다. 선거권 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5조 제1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소원(헌재 2013. 7. 25. 2012헌마174)을 제기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를 할 수 없게 됨을 예상하고, 선거권 연령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 규정 때문에 만 18세 이하의 학생들이 참정권과 평등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검토와 논의를 통해 재판관 9명 중 6명은 헌법에 합치된다, 9명 중 3명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로써 고3 수험생의 청구는 기각되었고 해당 규정은 유지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정치적 판단 능력
 
합헌론 : 현실적으로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물질적, 정신적으로 충분히 자유롭지 못하여 아직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음.
 
위헌론 : 사회진출, 입시 준비 등으로 각종 사회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시기임.
 

- 학업과의 관계
 
합헌론 :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학교에까지 퍼져 학교의 정치화가 우려되며 학업에 지장이 있음.
 
위헌론 : 후보자 정보 수집 등 투표권 행사에 투자하는 시간은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임.
 

- 다른 법령과의 비교
 
합헌론 : 정치적 판단에 따른 선거권 행사 연령과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군 복무 및 공무를 수행할 연령은 별개로 보아야 함.
 
위헌론 : 만18세는 병역법상 군 복무 지원, 공무원 임용시험령 상 8급 이하 일반직 응시, 민법상 혼인이 가능한 나이임.
 

- 타 국가와의 비교
 
합헌론 : 각국의 선거권 연령은 각자의 역사, 전통, 문화, 의식수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함.
 
위헌론 : 전 세계 국가 중 90% 이상이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하로 낮추고 있음.
 

3. 논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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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쟁은 1996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6년 당시에는 투표할 수 있는 연령이 만 20세 이상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만 19세, 보통 대학교 1학년에 해당하던 사람들에게는 선거권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학교 1학년생 15명이 최초로 헌법재판소에 해당 공직선거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었다며 헌법소원(헌재 1997. 6. 26. 96헌마89)을 제기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거의 매년 본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헌재 2001. 6. 28. 2000헌마111, 판례집 13-1, 1418; 헌재 2002. 4. 25. 2001헌마851등; 헌재 2003. 11. 27. 2002헌마787등)이 제기되었지만, 매번 재판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본 규정이 헌법에 합치됨이 선언되었습니다. 주된 이유는 선거권 연령 문제에 관하여, 사법기관이 시시비비를 가려 일방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국회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법으로 만들어 해결하는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4. 스무살에게 주어진 투표권
 
그러던 중 2004년,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와 관련된 법 전반에 대한 개혁의 바람이 불면서 선거권 연령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법에 반영하기 위하여 2004년 7월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고 2005년 초에는 정치개혁협의회라는 자문기구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5월, 정치개혁협의회에서는 당시 만 20세였던 선거권 연령을 만 19세로 내리는 것과 함께 만 18세로까지 내리자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두고 각 정당, 교육계, 학부모, 학생 등의 입장이 엇갈렸지만, 여러 계층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선거권 연령을 만 19세로 내리는 법안을 내놓았고 2005년 8월부터 만 19세, 즉 대학교 1학년생들도 선거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5. 고3의 투표시대는 열릴 것인가 

그 이후로 비록 잠잠해지기는 했으나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내리자는 주장은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7년 뒤인 2012년,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던 선거의 해에 선거권 연령 논쟁은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2012년 2월에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이 들어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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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에서는 여전히 합헌 결정이 선언되었지만 변화는 있었습니다. 2003년까지 이어지던 만장일치 합헌 의견이 2012년에는 합헌 6 : 위헌 3으로 바뀌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비록 해당 진정은 절차상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을 볼 때 선거권 연령을 내리는 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선거권 연령기준 관련 의견표명」 2013. 1. 17.)

 


6. 외국의 사례 

현재 전 세계 국가의 90% 이상은 투표할 수 있는 나이를 만 18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2015년 초까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32개국의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 이하였고 한국(만 19세)과 일본(만 20세)만 그 이상이었는데, 그마저 2015년 6월에 일본이 선거권 연령을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추게 되면서 현재는 오직 한국만이 만 19세 이상의 선거권 연령을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7. 결언 

국내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해외에서는 선거권 하향론이 추세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투표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는 입장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고3은 사회적 이슈를 많이 접하면서 정치적 판단능력을 키워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입시 문제 등으로 예민한 시기에 학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고 학교에까지 선거운동의 여파가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투표 연령을 하향하자는 의견도, 유지하자는 의견도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연구와 토론, 대화와 합의를 통해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찾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일방적인 사법적 결정보다는 국민적 합의를 통한 입법적 결정을 주문하였듯이 이에 대한 토론과 합의를 통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 강원 홍성군선거관리위원회 김덕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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