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꼬마 시장, '로버트 보비 터프츠'
최연소 참가자, 최연소 우승자, 최연소 합격자 등 우리는 어떤 집단에서 가장 적은 나이로 무언가를 달성한 사람 앞에 최연소라는 표현을 붙이곤 합니다. 그렇다면 최연소 시장(市長)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시장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이장에 가까운 직책인데요. 지난 2012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도셋(Dorset)'이라는 마을에서 3살짜리 꼬마 시장이 탄생해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당시 유치원도 졸업하지 못한 소년 ‘로버트 보비 터프츠’입니다. 터프츠가 시장이 된 계기는 마을축제에서 열린 선거를 통해서였는데요.
<미국 미네소타에 위치한 마을 ‘도셋(Dorset)’>
인구가 30명이 채 안 되는 도셋 마을에서는 매년 ‘테이스트 오브 도셋’이라는 음식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축제에서 마을 사람들은 도셋 마을의 1년을 책임질 시장을 뽑습니다. 흥미롭게도 선거는 주민들의 투표가 아닌 추첨으로 이루어지는데요. 마을 주민 누구나 1달러만 내면 후보 등록이 가능하며, 현 시장이 다음 시장을 제비뽑기로 뽑는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궁금증 속에 시장 선거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제는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볼거리가 되었는데요. 이런 도셋 마을만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선출 방식 덕분에 꼬마 시장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2012년 만 3살 때 처음 시장으로 뽑힌 터프츠는 다음 해 재선에도 성공했습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한 남다른 선거운동 비법은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악수를 하고 카드를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나눠준 카드에는 ‘소피를 사랑하는 만큼 당신의 시장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적혀있었는데요. 카드 속에 등장한 소피는 같은 마을에 사는 터프츠의 여자친구입니다. 이런 귀여운 선거운동과 함께 터프츠의 장기인 노래와 춤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추첨으로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이런 선거운동이 큰 효과가 없지만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은 제법 진지하고 어른스러웠습니다.
<지지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터프츠 / 출처 : http://www.dailycamera.com/ >
도셋 마을의 인기스타였던 터프츠는 작년에도 선거에 출마하였지만 아쉽게도 3선에는 실패하였는데요. 16살 고등학생인 ‘에릭 뮐러’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길었던 2년의 시장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5년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패배에 아쉬움이 컸을 법도 하지만, 그는 “마을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일이 재미있었지만 이제는 시장직을 넘겨줘야 할 때”라며 의젓하게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또한 자신보다 3살 어린 동생 제임스에게 시장 출마를 권유하겠다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터프츠의 말처럼 동생도 훗날 시장에 당선된다면 한 집안에 시장이 둘이나 탄생하는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의젓한 모습의 터프츠 / 출처 : http://minnesota.cbslocal.com/ >
터프츠가 2년 임기 동안 시장으로 활동하며 세운 정치적 업적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인접한 노스다코타주 파고의 한 단체를 위해 자선기금을 마련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식품섭취량을 알려주는 푸드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아이스크림을 지정한 일입니다. 아이스크림을 필수식품으로 지정한 발상은 아마 꼬마 시장만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치적이겠죠?^^
이렇게 터프츠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멋지게 시장직을 소화함으로써 시장은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주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도셋 마을을 널리 알렸다는 것일 텐데요. 최연소 시장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시골의 작은 마을이었던 도셋은 매우 유명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EBS 등 여러 방송사를 통해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또래의 아이들처럼 사탕을 좋아하는 터프츠 / http://elitedaily.com/ >
이제 평범한 5살 유치원생으로 돌아온 터프츠는 시장이라는 부담감을 덜고 또래 아이들처럼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요. 터프츠의 어머니는 아들이 이제서야 편안히 쉴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며 다가오는 204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좋은 이력을 쌓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터프츠가 미래에 어떤 인물이 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도셋 마을의 시장선거를 단순한 이벤트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어린 꼬마 시장 터프츠가 가진 열정과 진심은 그 어느 정치인 못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꼬마 시장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아직 선거의 이미지가 비교적 딱딱하고 무거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선거가 하나쯤 있다면, 주민들이 선거를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지만 유쾌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제11기 선거명예기자단 김초롱 -